이 영화는 그의 여느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타르코프스키의 오마주로 가득하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열차의 소리와 빗물의 소리, 이어 이미지가 열리며 등장하는 빗물의 이미지와 함께 가라앉은 그레이 톤의 색감. 집을 나선 뒤 상점에 들르는 인물의 모습. 오프닝 신은 명백히 <잠입자>의 오마주이다.
챕터 1의 시작을 알리는 이미지는 <솔라리스>의 오마주이며 제롬의 헛바퀴질은 <노스탤지아>에서 도메네코의 동일한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여담으로 도메네코가 <노스탤지아>에서 순교자의 형상으로 숭고하게 비춰지는 것을 봤을 때, 구태여 섹스를 끝마친 제롬의 다음 행동으로 이를 삽입한 것은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괜시리 흠칫하게 된다.)
영화의 엔딩 음악은 <솔라리스>의 메인 테마인, 바흐의 "주 예수여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를 동일하게 가져와 사용한다. 위 예시와 마찬가지로, <솔라리스>는 해당 음악을 통해 감독 특유의 사색적이면서도 진중한 무드를 환기했는데, 님포매니악 볼륨1은 이 음악을 엔딩의 섹스신에 배치하며 기막힌 충돌과 조롱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라스 폰 트리에가 웃긴 영화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뚱한 감정으로 툭툭 던지는 3+5 같은 연출이나 낚시의 영상을 삽입하는 각주 식의 이미지들, 직소 퍼즐 연출 같은 다소 그 까부는 정도가 과한 감도 있지만 여하튼 그답지 않게 피식피식 하다.
많은 영화에서 섹스라는 소재는 자극적인 도색의 역할로만 기능하는 데 이 영화는 그러한 쾌락의 측면을 온전히 발라낸 뒤 병리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기에 신선하면서도 특별하다. 타르코프스키가 성선설을 믿는다면 이 인간은 성성설을 믿나보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이 감독이 탁월한 이야기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안 만들어 버릇해서 그런건지 태생적으로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 영화의 특성상 그러한 면에서 지리한 부분이 있다. 특히 몇 개의 시퀀스는 반으로 들어내고 싶을 정도로 밋밋하게 느껴져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