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은 데뷔작에서부터 그 개성이 엿보이곤 한다. 트리에 특유의 '전능한 카메라워크'는 이미 데뷔작에서부터 드러났다. "거칠 것이 없다"라는 듯한 그의 카메라워크는 이때부터 완성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패닝 혹은 틸트의 직선적인 움직임을 배격하는 듯한 자유형의 움직임, 시공간을 왜곡하는 트리에의 연출. 말하자면 이것은 '트리에의 차원'이다. 모든 예술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작품 속에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 하였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을 잔뜩 받은 트리에답게 본작에서도 물의 이미지가 상당히 등장한다. 그러나 '생명'의 모티프로 물을 자주 사용하는 타르코프스키와 달리, <범죄의 요소>에서의 물은 그 반대로 이용되는 듯 하다. 맑은 생명보다는 축축한 습기와 죽음의 이미지. 차라리 물이 아니라 피에 가깝다.
트리에는 말하자면 '한 명의 인간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에 막혀 고통받는 인간'을 즐겨 다룬다. 트리에의 영화에서 그 주제는 공포라는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트리에의 공포는 무력감에서 오는 공포다.
트리에의 <범죄의 요소>에선 히치콕의 향기가 나는 것이 흥미롭다. 지금까지 트리에와 히치콕의 접점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신분열에 관한 연출은 분명히 히치콕을 떠올린다. 기어이 '해리 그레이'가 벌인 살인을 그대로 따라하는 피셔의 마지막 모습은 소름이 돋는다.
헬기 부감 롱테이크 숏 하나라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트리에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순간! 혼돈의 밑바닥 도시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다수의 감독은 그 땅을 밟은 채 아래에서 촬영하지만, 트리에는 하늘에서 도시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