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들리 저택을 드러내는 롱테이크의 촬영부터 이 영화는 나를 사로잡았다. 매혹적인 모습의 형상인 저택이지만 템포와 색감에서 왠지 모를 긴장감이 형성되는 듯. 이 영화의 1년 전 탄생한 <오즈의 마법사>의 그 유명한 장면을 모든 면에서 뒤집어 연출한 느낌이 드는 것은 과한 표현일까.
본격적으로 무대가 맨들리 저택으로 옮겨진 직후부터 등장하는 댄버스 부인이 내뿜는 괴상한 기운과, 더불어 공간의 저변에 깔린 묘한 긴장감이 두려울 정도다. 공포를 만드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와, 끝없이 넓은 공간에 사람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 <레베카>의 공포는 명백히 후자의 접근법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게다가, 히치콕은 의도적으로 계속해 주인공을 홀로 두게 만든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영상 매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스크린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능력일 것이다. 저택을 가득 담은 오싹하고도 거대한 기운은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다. 이 와중에도 감독의 미적 성취는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아름다움과 귀기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서편'에서의 순간들이 특히 그렇다. 공간에 잠식된 그녀가 맥심에 대한 사랑이 일견 광기로 변해, 내심 레베카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레베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별장 씬에서 맥심이 레베카가 죽은 사건을 언급할 때, 마치 그녀가 살아 있는 듯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레베카의 시점 쇼트가 충격적이다. 내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지켜가던 영화가 처음으로 '맨들리의 밤'을 보여준 뒤 저택을 태워버리는 광기의 폭발은 영화의 강렬한 마침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