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작품은 약 70년 전 영화다. 반세기도 넘은 영화가 아직도 오락 자체로도 기능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영화엔 주인공이 7명에 존재감이 있는 조연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들에게 하나하나 개성을 부과하여 생동감을 만들어 내는 감독의 능력은 굳이 시대를 감안하며 보지 않아도 탁월하다고 느껴졌다.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다. <카게무샤>와 <란>을 이전에 보았을 뿐이지만 나는 구로사와 감독이 이렇게 휴머니즘을 잘 녹여내는 감독인지 몰랐다.
영화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비극적인 사랑도 있으며, 정의도 있고, 우정도 살아 있었다.
기술적인 성취도 분명 돋보였는데,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롱테이크나 줌아웃을 이용한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에서 배경과 장면을 눈에 띄게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1시간30분 경 키쿠치요의 폭발하는 연기였는데, 어느 누구를 절대적인 선으로 그리지도 않으면서 전국 시대 혼란 속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인상적인 장면과 연기였다.
이전에 봤던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엔딩이 참 인상깊은데,
승전을 축하하는 농민들, 주인공의 대사와 함께 스러져간 영웅들의 무덤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페이소스를 내뿜는 동시에
아마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인상적인 장면인 것 같다.
구로사와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사실 볼때마다 나의 취향과 너무나 잘 맞는 감독이기에 신기한 면도 있다. 이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이 감독의 영화는 가끔씩 하나 하나 꺼내보는 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