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 '가지'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실천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며 공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하고, 매춘을 하는 여성들에게도 인격적으로 대우하려 한다. 그러나 이 야만적인 전쟁의 시대에서 홀로 신념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처지가 다른 이들이 우정을 쌓으려 하고, 매춘부와 공인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밑바닥에도 인간애가 있음을 모두는 숨죽여 소망하게 된다. 그럼에도 끝내 각자의 휴머니즘은 실현되지 않는 비극. 드넓은 공간에서 롱 숏과 트래킹 숏 안에 수많은 공인들의 슬픔이 그렇게 담겨 있다. 미학적인 아우라와 끔찍한 비극의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
고바야시 마사키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유사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자주 삼는다는 것이 그렇고, 회화적인 멋진 숏들을 보여주는 데 능하면서, 그 이미지의 사용이 철저히 텍스트의 보조로서 복무한다는 것이 그렇다.
구로사와에게도 같은 비판점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고바야시의 이미지는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상술했듯 고바야시의 이미지에선 텍스트의 정보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지 않았다. 고바야시의 영화는 그림이 있는 산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