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진 공간, 버려진 사람들, 넘쳐나는 것들은 오직 이들의 결핍. 퐁네프는 그런 곳이다. 결핍에 위태한 그들을 위한 오작교이다.
미쉘은 사랑에 상처를 입은 인물이며 알렉스는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미셸은 전 애인을 살인하는 환상을 꾸는 등 사랑에 아파한 기억을 가진 채 괴로워하며, 사랑을 모르는 알렉스는 그저 미쉘을 조용히 미행하곤 하며 미쉘이 그녀의 사랑을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등 사랑에 있어 어린아이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미쉘은 알렉스에게 수면제 복용을 멈출 것을 부탁하며 알렉스는 미쉘을 위해 그녀의 아픔을 상징하는 총을 숨겨준다. 부족한 서로는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비록 퐁네프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이지만 이들에겐 언제나 포근한 침대가 되어준다.
가진 것이 없으며 가질 것이 없는 이들이야말로 온전히 상대방을 향한 전유의 사랑을 베풀 수 있으며, 진정 내일이 없는 자들이야말로 오늘의 찬란한 축제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미쉘은 눈이 불편하기에 알렉스가 가장 빛날 때의 순간을 오롯이 마주하지 못하며 알렉스는 다리가 불편하기에 자유롭게 활보하는 미쉘을 따라가기 벅차다. 퐁네프는 이들을 위한 사랑의 공간인 동시에 더 이상 절망적일 수도 없는 이들을 위한 최후의 공간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쉘과 알렉스처럼 지금도 퐁네프 다리 위에서만 위태하게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그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시퀀스와도 같은 선연한 행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