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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몰린 한 낭인이 무사 가문의 저택을 찾아온다. 그는 할복할 장소로 현관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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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의 시대, 허울 뿐인 사무라이들의 죽음으로 다져 가는 어떤 이들의 전통
비장한 오프닝에 이어, 명예있게 할복하겠다 선언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 '츠쿠모 한시로'를 대하는 상임 고문 '카게유 사이토'는 한시로에게 '모토메 치지와'라는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이토의 입을 통해 치지와의 일화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할복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니 두려워하며 대나무로 만든 칼이나 들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소인배' 치지와. 돈이나 받고 끝내려는 그의 계획은 이와이 가문에게 완전히 간파당했다. 스스로의 청대로 기어이 죽게 된 치지와의 할복하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문의 수준이다. 대나무로 만든 칼이 어디 잘 들겠는가, 쉽게 주인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하는 목검. 바라보는 관객은 곡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할복을 결심한 한시로는, 도움을 요청한 오모다카를 기다리는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치지와와 그의 아버지는 자신과 알던 사이였음을. 오랜 굶주림 끝에 그의 아버지가 먼저 자결하며 이제는 이 고난에 도망하지도 못하게 된 한시로 자신의 처지를. 또다른 놀라운 이야기, 한시로가 자신의 할복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직접 청한 3명은 모두 치지와를 할복시키자 주장한 무사들이었다. 야자키, 카와베, 오모다카.
다시 플래시백, 한시로의 딸인 '미호'는 어느새 18세가 되었고 가난을 해소하고자 미호를 조수야 가문에 양녀로 들이라 제안하는 '세베이'의 말을 거절하고 한시로는 치지와에게 미호를 시집 보낸다. 손주인 킨고를 얻은 행복은 잠시, 미호의 병증이 생기고 세베이의 구직은 어려우며 킨고마저 병이 들기에 이른다.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찾고자 지인을 만나고 오겠다는 치지와는 기어코 이와이 가문의 무사들에 의해 쓸쓸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가난으로 인해 검, 또는 자존심마저 팔아야만 했던 치지와, 무너진 자존심을 상징할 대나무 검 위에 끝내 엎드러져야만 했던 치지와. 절망의 시대에 사무라이의 기개는 허울일 뿐이다. 치지와가 사망하고 이후 킨고가 사망하더니 병든 미호도 뒤따라 사망했다. 한시로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이와이 가문은 치지와의 기개를 인정하며 그의 요청대로 자결을 도와주었지만, 그들의 이러한 행동이 진정 치지와의 결의에 감동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모두 돈을 주고 돌려보낸다면 이후 설탕에 개미 꼬이듯 몰려올 다른 이들을 막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그들의 결의를 인정하는 척 하며 그 싹을 미연에 잘라내는 행동일 뿐이었을 것이다.
다음 플래시백은 한시로의 도장깨기 에피소드 이야기다. 앞서 그가 자신의 할복의 도우미로 요청한 3명이 치지와를 할복시키자 주장했던 3명이었던 것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한시로는 이들의 상투를 챙겨왔다. 야자키와의 일화에선 미행의 경로를 비추다 대결 직전 컷, 카와베와의 일화에선 둔중한 액션의 질감을, 오모다카와의 일화에선 가와라 고지가 내뿜는 바람소리의 비장함과 대치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세 에피소드에서 고바야시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상투를 자른다는 것이 무사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이들 모두 아프다는 핑계로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시로와 절대 다수의 처절한 결투. 또한 이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카미야시키(에도 시대 주거 공간) 안의 차가운 정적. <대부>의 그 유명한 딸의 결혼식 교차편집 장면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인 한시로는 죽었지만, 영화는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 그가 죽고 난 흔적을 태연하게 치우는 하인들. 끝까지 권위와 권세를 지키기 위해 사이토는 거짓을 만들어 낸다. 동시에, 한시로에게 상투를 잘린 무사들을 향해선 할복을 지시한다. 역겨운 행동이다. 가문의 전통과 영광은 과연 수많은 이들의 목숨보다 중한 것인가. "굳건한 법도" 아래, 그렇게 평화는 계속 지켜진다.
대사와 플롯의 각본, 카메라로 공간을 훑는 촬영, 광기를 오롯이 체현한 나카다이 타츠야와 이시하마 아키라의 연기. 이 시점에도 여전히 화두를 던질 만한 묵직한 주제의식. 스스로가 다룬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 영화는 부족한 점이 없다. 글을 쓰면서도 아직 가슴이 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 감정을 느꼈던 적이 얼마만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