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맬릭을 연상케 하는 쇼트들이 가득하다. 맬릭의 영화를 본 자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인물의 눈높이보다 조금 낮은 로우 앵글의 쇼트들은 <더 디그>에서 자주 사용되며,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광활하고 장대한 대지를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개인적으로 낯선 이름이었지만 카메라와 쇼트를 다루는 능력이 인상적인 감독이었다. 무덤이 무너져 브라운 박사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을 교차편집하는 장면에선 감탄했고,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의 적절한 사용 역시 마음에 들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프리티 부인, 전쟁 직전의 혼란스런 분위기가 발굴이라는 요소와 결부되는 지점은 흥미롭다. 브라운 박사가 프리티 부인에게 한, "우리는 태초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언가의 일부죠.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에요." 라는 말의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 생명이 죽고 한 시대가 스러지더라도 발굴은 지속되는 것이며 발굴은 미래의 후대에게 그들의 뿌리를 전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영화는 강조한다.
다만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극적인 요소가 넘치지 않음에도 음악으로 애써 이를 조성하려는 듯한 느낌은 어색하고, 시대적 분위기에서도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마거릿의 서브 플롯은 기능적이고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