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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왕 이홍위가 유배길에 오른다. 마을 살림을 위해 유배지를 유치하려던 영월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는 뜻밖에 그를 맞아 일상을 감시하는 보수주인이 된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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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
사건과 사건을 잇는 브릿지 장면들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팽팽한 서술이 느껴지진 않는다. 사극 영화에서 규모를 갖춘 액션 장면은 들어가야 한다는 듯 습관적으로 배치한 인상만을 주는 군대 장면들도 다소 거추장스럽다. 아마도 서스펜스를 주고자 그것들을 배치했을 터. (이야기의 흐름이나 러닝타임의 지점 양 측면에서) 그 지점에 서스펜스를 주고자 하는 그 선택마저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인상이 강하다. 번개와 비의 사용까지 그러한 '뻔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전형적인 면모들이 보이고, 각자의 요소들이 절대적으로 걸출하다고까진 말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호'를 얻을 수 있는 듯한 작품이다. 대중영화의 목표가 예술영화의 목표보다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흥행이라는 것은 운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또한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소수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작품보단 다수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왕과 사는 남자>는 말하자면 클린한 영화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한 안타까운 이야기, 난해하거나 질척대지 않고 선명하게 나아가는 플롯, 열성적인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캐릭터와 배우의 존재,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든든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의 존재, 죄책감 없이 계속해서 욕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절대적인 악역의 존재,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코미디 요소, 임팩트가 확실한 '눈물 요소'까지. 한 편의 영화에서 여러 것들을 보고 느꼈다는 만족감이 있을 만한 작품이다.
연기가 아주 돋보인다. 유해진의 연기는 차력쇼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을 만큼, 자신의 개인기만으로도 모두를 웃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유쾌한 모습 이외에도, 중반부 이후 (현실에 안위하기 위한) 권력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이야기로서도 힘주어 서술되어 있는데 이것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받아내 관객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유해진의 역량은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가 양심을 지킬 것이라는) 엄흥도의 최후의 선택을 관객 모두는 짐작하고 있기에, 고뇌하는 일련의 시간들을 뻔하지 않게 관객에게 납득시킨 것은 유해진의 공로가 매우 크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유지태라는 배우는 그 형상만으로도 한국 영화계에 보물같은 존재인데, 그렇게 거대한 배우가 섬세한 멜로 연기를 하면 그것에 저절로 진정성이 더해지는 것 같으며, 반대로 흉폭한 악역을 맡으면 그것은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후자에 해당할 이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악역을 욕하는 것에 넘어, 악역을 관객마저도 두려워하게 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광기 가득한 희번득한 눈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박지훈이라는 배우는, 솔직하게 개인적으론 아직 내 마음속에 저장으로 남아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본작의 단종, 즉 외적으로 유약하나 내적으로 호랑이 같은 기백이 있는 인물을 담아내는 데 그만한 배우가 있었을까 싶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왕과 사는 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을 정도로 마을 자체에 대한 온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권력의 살벌함이 닿지 않은 광천골은 피와 야심으로 얼룩진 비극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역설한다. 그곳 역시 중앙 집권의 권력 아래 놓인 공간임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순수한 공간'의 존재는 역사가 기록하지 않는 '무의미한 역사'의 가치를 대표하는 듯 보인다.
필연적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밖에 없는 죽음 장면이고 실제로 그 장면에 감정적 하이라이트가 형성되긴 하지만, 진정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은 그 이후의 것들이다. 단종이 매화에게 남긴 유서가 읽히는 장면, 그리고 엄흥도가 둘둘 쌓인 채 강가를 떠내려가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 이야기의 정서는 그 죽음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과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라디오스타>를 떠올리게 하는, 쉽고 마음을 가져가는 버디 무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