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나이트>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는 인상적인 영상미에 있을 것이다. 때론 의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난해한 이미지들이 등장할지언정, 영화 전체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영상의 힘은 분명 인정할 만하다. 중세 시대의 공간을 표현하는 매혹적인 미술도 그렇거니와 사운드와 함께 판타지 장르의 몰입감을 더해주는 기묘한 이미지의 사용은 비범하다.
결국 하나의 성장 영화이자 로드 무비의 형식을 가지는데, 단선적이고 어쩌면 필연적인 결말처럼도 보이는 서사를 납득시키는 것은 관객이 주인공의 내면에 동화되도록 만드는 능력일 것이다. 해석과 답을 요구하는 '질문지스러운' 이미지들의 사용이 영화의 주인공인 가웨인의 내면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는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기 어렵다. 가웨인의 여정과, 해석을 요하는 이미지들의 융합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들 각자, 특히 후자인 '이미지의 사용'은 훌륭했지만 그것이 과연 영화의 서사와 연결되며 효과적으로 기능했는가? 대답하기 어렵다.
세상엔 난해한 영화들이 많고, 이 영화 역시 간단한 영화라 부르기엔 어려운 구석이 있는 영화임이 사실이다. 다만 '난해한 영화'들 중에선 관객에게 난해함 속의 해답을 찾게 하려 하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영화 스스로도 그 난해한 분위기의 정답을 내리려 하지 않고 단지 영화의 신비스런 분위기만을 온전히 즐기게끔 유도하는 영화들이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홀리 모터스>가 아마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언급한 두 영화 역시 영화 속의 숨겨진 의미나 해석을 '발굴'해 가는 것이 물론 가능하겠지만 그에 앞서 영화 자체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체험'하는 직관적인 유희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제공해줄 영화들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린 나이트>는 전자의 경우처럼 보인다. 의미심장한 상징들이 가득하고, 선형적인 서사의 논리 안에 포함되기 어려운 이미지들이 틈입한다. 이 영화가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상징들의 의미를 풀어내야만 이야기의 이해가 명확해지는 것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이 영화의 '난해한 이미지들'은 하나하나 그 숨겨진 의미가 있는, 의미를 반드시 찾아내야만 할 것 같은 일방성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가 거대한 퍼즐놀이처럼, 하이드 앤 식 게임을 하는 듯하니 과연 이 작품을 하나의 '영화'로서 온전히 즐기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싶었다. '숨겨진 의미' 그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이미지들의 연쇄는, 나에게 그러한 해석놀이를 할 의지를 오히려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다.
훌륭한 영화다. 그러나 이 정도의 극찬을 받을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