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를 상징하는 두 가지의 이미지는 수많은 마천루의 모습과 대지를 지배하는 네온의 형형한 색감이 아닐까. <아키라>는 그런 것들을 충실히 가지고 있다. <아키라>의 이미지들은 참으로 전위적이며 강렬하며 무엇보다 자유롭다. 애니매이션의 장점은 모든 순간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애니매이션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비주얼의 한 정점이라 단언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이미지들을 상상해내고, 또 만들 수 있었는지. <아키라>의 이미지는 쇼크에 가깝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화에 깃든 철학도 볼만하다. 현재에 대한 염세적인 시선이 절망의 터치로 들어있는 동시에, 미래의 희망을 잃지 않는 순수한 비전은 매력적이다. 동시에 한 인간의 내면의 분노가 디스토피아 사회의 미성숙한 힘을 쥐어 세상을 흔드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범인간적 이야기로 확장되는 내러티브도 인상적인 점이다. 특별한 인간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과 치기. 그것이 어떤 계기로 인해 열등감으로 번진다면 그 분노는 그를 괴물로 만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의 분노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는, 이 무시무시하고도 매력적인 스토리.
고도로 발달된 사회임에도, 가장 원초적인 '힘'에 대한 매혹이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 된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원피스'와 같은 보물이 아니고 역사 속의 군주들을 움직이게 했던 영토가 아닌 형태와 존재조차 특정되지 않은 '힘'이라는 것. 어쩌면 모든 전쟁의 역사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꿈꾸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