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작은 빌런이 명백하게 설정되어 있고, 그 빌런을 무찌르기 위해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그 빌런은 인간이 아닌, ‘죽음’이다. 본작은 죽음을 의인화하며, 마치 하나의 지능을 가진 존재처럼 묘사한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죽음에조차 '규칙'이 있다는 점이다. 혈통의 순서대로 죽음이 찾아오며, 그 순서는 마치 프로그램처럼 엄격히 지켜진다. 이 때문에 ‘순서대로라면 죽었어야 할 인물’인 에릭의 정체가 밝혀지고, 죽음은 마치 전략을 바꾸듯 우회해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이끈다. 그 일련의 과정은 본작이 가진 긴장감과 독특한 설정을 가장 인상 깊게 드러내는 순간 중 하나다.
본작은 여기에 ‘유전’이라는 소재를 붙인다. 미래를 예견하듯 환상을 보는 능력을 지녔던 할머니의 감각은 그녀의 손녀에게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같은 환영을 공유한다. 이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비춰지게 하지만, 동시에 서로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묶는다. ‘죽음’에 맞서는 연대는 그렇게 가족 간의 피를 타고 흐른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지닌 시리즈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핸디캡도 분명 존재한다. 초월적인 장면이 반복될수록 관객의 자극 역치는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그 충격은 밋밋하게 다가온다. 본작 역시 그 한계를 피하진 못한다.
무엇보다도 엔딩은 다소 아쉽다. 윌리엄 블러드워스의 입을 빌려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주제를 직접 말하려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삶의 매 순간을 소중히 즐기라”고. 하지만 그 말이 정말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되묻고 싶어진다. 정말 인간은 삶을 즐길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죽음 앞에 무력한 존재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