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 등장한 '젊은' 감독들 중 로버트 애거스만큼 강한 개성을 뽐내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3편의 장편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개성은 분명 인상적인 수준이다. 특유의 우아하면서 한없이 어두운 분위기와, 신화적인 모티브를 적극 차용하는 방법론이 이젠 그의 영화의 인장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 속의 진한 미장센은 개인적으론 근래의 작풍 중 <맥베스의 비극> 이후 오랜만이었다.
주인공 임레스가 '성인'이 되는 씬 등에서도, 사웃 과하긴 하지만 묘하고 독보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여러 번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에선 인공적인 스타일리시함보다는 둔중하고 과격한 날것의 부딪힘이 어필된다. 멋이 거세된 액션의 장면들은 인간이 가진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그 거대한 지옥 속에서의 발버둥을 함의하는 것만 같다. 대자연을 적극 담는 롱숏의 촬영도 빼먹을 수 없다. 올해의 '비주얼 상'으로 손색이 없다.
챕터 구성 등 사실상 산문 같은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간할적으로 '급하게' 느껴질 만큼 초반부터 굉장히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3시간 가까이는 되었어야 할 대서사의 골조인데, 지나치게 타협한 것은 아닐까 하는 관객으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로버트 애거스의 전작들에 비해 은유는 상대적으로 적고, 복수극의 직선적인 속도감이 오히려 눈에 띄는 요소다. 꽤나 미학적인 비주얼에 힘을 준 영화이지만, 엘리트적인 예술 영화보단 오히려 호쾌한 오락 영화에 더 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