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루멧의 영화는 이야기와 연출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데뷔작인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부터 이미 드러난, 낭비가 없이 밀도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그는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순간들을 재치 있는 블랙코미디와 농담으로 유연하게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시간을 견디는 고전들은 대부분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연출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네트워크>는 그 소재와 주제 역시 약 50년이 흐른 지금에도 형형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나가는 앵커였지만 해고를 앞둔 주인공 하워드 빌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바로 그 '카메라 앞'에서 자살을 예고한다. 명백한 돌발상황이지만 흥미롭게도 방송가는 이를 시청률과 화제를 불러모을 계기로 삼게 된다. 냉정한 방송가는 한 인간의 외침을 화제성 있는 '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한편 영화의 제목은 단순히 대중매체의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익과 애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증오와 동정으로 연결된 하워드-슈마허, 지위와 이익을 놓고 갈등하는 슈마허-회켓, 엔터테인먼트를 제작하는 회켓-크리스튼슨, 애정으로 변모한 크리스튼슨-슈마허 등. 이 영화 안에서 '네트워크'는 한 가지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카메라 밖으로 나가려던 한 인간은 결말에 이르러 다시금 대중매체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인간은 미디어를 만들었지만 이제 인간은 미디어를 이길 수 없다. 아마 수 십년 뒤에도,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강력하게 다다를 영화의 메시지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