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이하 <오크 스트리트>)은 우리가 무의식 속에 구축해 놓은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의 왕도를 모범적으로 재현해낸 작품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화의 공식적인 이야기는 정말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영화의 가치 또한 흔히 할리우드식 가치라고 부르는 가족적 엔딩의 공식을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이야기를 가만 들여다 보면, 이 영화는 전승과 전복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개성적인 결과물을 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재해석'에 가깝다.
영화의 주인공은 오크 스트리트라는 마을에서 1980년대 즈음을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이다. 그들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매우 좋다. 행운아 소리를 들을 만큼 사이가 좋아 보이는 가족. 그렇지만 그들의 모습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부부는 소통에 문제를 겪은 지 오래 되었고, 자녀들은 그러한 부모 간의 균열을 이미 감지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이러한 가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 하는 일은 무엇이었던가. 그들에게 초월적인 수준의 재난을 부과한 뒤, 서로간의 갈등이라는 당장의 작은 어려움을 차치하고 힘을 합쳐 큰 어려움을 일단 극복하려 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간의 관계가 점차 회복되며 궁극적으로 집단의 회복이라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가치도 있어 보이는 결말로 완성하는.
평온할 때는 여전히 싸우지만, 위기가 닥치면 일단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언제 싸웠냐는 듯 힘을 합치는. 겉으로는 <오크 스트리트> 역시 그리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작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것들'과는 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고립'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영화는 내내 이 가족만을 집중한다. 뉴욕이 어떻게 되었고 시카고가 어떻게 되었고, 런던이 어떻고 도쿄가 어떻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곳의 시점을 보여주지도 않고, 극중 TV나 라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아마도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지만 영화는 그러한 표현을 최소화하며, 그러한 것을 카메라에 담지도 않는다. 그것은 '선택과 집중'이란 시선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들이 고립되었음을 강조하는 영리한 장치일 수도 있다. 영화는 허튼 것에 눈을 돌리며 실없이 규모를 확장시키지 않는다. 사건은 그야말로 전 지구적인 위기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도 한 작은 가족의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형체를 아득히 초월하는 크기의 공룡들이 등장해도 그것은 즐거움의 오브제도 아니고 공포의 오브제도 아니다. 몇 번의 놀람을 물론 주긴 하지만 영화의 전반에서 그것은 단순히 이 세계의 환경처럼만 복무한다.
둘째로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그렇다. 이러한 가족 영화에서 가족 구성원은 대개 죽지 않는다. 죽는다 해도 매우 극적인 순간이 만들어진 채 남은 자들에게 '성장'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끝마친 채 죽는다. 하지만 <오크 스트리트>는 그러한 왕도를 비웃듯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빠인 그렉을 죽여버린다. 그리고선, 엔딩에서 다시 살려낸다. 반드시 묵직한 가치를 가져야만 한다는 할리우드의 그러한 경직성을 비웃듯이 말이다. 시간을 되돌려 그렉을 되살려 창의적인 형태로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이 만족할 만큼의 '따뜻함'도 챙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이 마냥 따뜻한 엔딩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NEW 그렉'은 아내와 자식들이 경험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는 사실상 그들의 전리품처럼 남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크 스트리트>는 예측이 되는 것 같다가도 예측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