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방향성에는 힘이 있다.
<제로 다크 서티>의 주인공인 마야는 여성이다. 영화의 초반, 고문 장면을 지켜보는 것을 힘겨워하는 그녀는 짐짓 그녀의 직책에 어울리지는 않는 듯한 인물처럼 보인다. 동시에 마야는 미묘한 차별에서 사투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속한 집단은 당연하게도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그녀는 그곳에서 이름이 아닌 'Girl'로 지칭되곤 한다.
때문에 이 영화는 필연적인 성장영화이다. 10년간 거시적으로 빈 라덴을 쫓으면서, 영화는 마야의 성장과 고난을 담는다. 누구보다 그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되는 한편 실제로 테러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한편 <제로 다크 서티>는 의도적으로 초중반부를 지루하게끔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적. 기댈 곳이 없는 외로운 과정. 관객 역시 마야의 여정에 지치게 된다. 건조하고 지리한 초중반부는 관객을 마야의 내면과 동화시키려는 의도였으리라.
영화는 우직하고 정확하게 목표만을 위해 걸어간다는 인상이 강하다. 후반부 빈 라덴 암살 작전 시퀀스에서도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이 영화는 신화화에 관심이 없다. 감정의 전시는 최소화한 채 프로페셔널한 군인들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음악 역시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 'pure'하게 걸어간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이 영화를 통해 더욱 그녀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냥 유약해 보이던 초반의 모습에서 중반부 팀장과 담판을 짓는 복도에서의 장면이나, 모든 일을 끝내고 난 뒤 환호와 허탈에 둘러싸인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나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