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멀티버스 사가의 뻔뻔함을 알고 있는 관객이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방식으로 울버린을 한차례 보내주었던 우리들은 이름 모를 버전의 지구에서 다시금 돌아온 울버린을 반겨줄 수 있을까. <데드풀과 울버린>은 말하자면 관객의 입장에서 시작한 영화일 것이다. 그래서 본작의 울버린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울버린의 신화를 짓밟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까지 울버린을 다루었던 방식과 같은 방향으로는 <로건>의 맺음 그 이상을 선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우마저 같은 사람으로 다시 돌아온 울버린은 전혀 다른 모양새로 자신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이제껏 그는 언제나 승리자였지만 지금의 그는 패배자이다. 데드풀의 현실 역시 울버린과 다르지 않다. 양지로 올라오지 못했던 히어로로서의 과거. 그저 하루를 먹고사는 구질구질한 인생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조.
버디 무비는 둘의 '다름'을 부각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흥미로운 것은 본작은 둘의 '같음'을 내내 강조한다는 것에 있다. 둘은 모두, 자신의 세계선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지키고 싶은 자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해 좌절하며 죽지 못해 사는 불사의 존재들. 서로 다른 두 인물의 버디 무비는 둘이 닮거나 둘이 거꾸로 변하거나 하지만 본작은 결국 두 사람이 직진해 각자의 공란을 해결하기에 신선하고 더욱이 흥미롭다.
<올드보이>를 오마주하는 롱테이크 액션이나, <매드 맥스>와 콜라보한 듯한 비주얼의 액션, 좁은 차 안에서 뒤섞인 두 주인공의 액션 등 다양한 모양새의 액션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케이크에 데코가 많이 올려진다고 그 케이크가 맛있어지는 것은 아닐 터. 산만한데 그만큼의 재미가 엄청나지는 않다. 차분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이야기인데 히어로 장르에 덧입혀진 탓에 어울리지 않는 포장지를 받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