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는 비서부극을 서부극처럼 만든다는 평가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그렇다. 개척에 가까운 여정, 인물들 간의 미묘한 관계, 공간을 의미있게 다루는 연출 등. <분노의 포도>의 공간은 현대이지만 이 영화는 서부극이다.
톰의 어머니가 귀걸이를 걸어보는 장면, 일행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장면 등, 커다란 서사 안에선 의미없는 잉여같은 장면들이 존 포드의 영화엔 늘 들어있다. 허나 이러한 잉여들이 모여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삭막하지 않게 만든다. 행간과 쉼표의 역할을 하는 씬들은 존 포드의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터치가 진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주인공 톰은 쉽게 불붙는 화약고 같은 인물이다. 오프닝의 두 시퀀스에서 톰의 캐릭터를 완전하게 묘사하는 방식이 놀랍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행의 로드무비를 긴장감있게 지켜나가는 것은 톰의 아슬아슬한 행동들에서 비롯된다.
이곳이 노동자의 것임을 언급하는 어머니, 후반부 톰의 대사 등 존 포드의 영화답지 않게 '좌파적'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직설적이다. 필름 누아르스러운 일터의 한밤중 풍경, 빈민가의 놀라운 요사, 잊을 수 없는 익스트림 롱숏 등 이 밖에도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이 시기의 존 포드는 혹자의 말대로 진정 '영광의 시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