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스가 막 도착했을 시기만 하더라도, 서부는 아직 구태의연한 공간이다. 보안관도 어찌할 수 없는 무법자인 리버티 밸런스가 존재하며, 남성이 서빙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는 공간이다.
랜스가 이곳에 가져온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사법과 교육. 여전히 무력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지만 순례자 랜스는 이들에게 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민주주의의 이념을 가르친다.
<리버티 밸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던 랜스로 대변되는 법치의 질서가 점차 힘의 질서를 대체해 가는 과정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일 테다. 존 포드의 서부극에서 투표를 하는, 참정권을 행사하는 장면이 있었던가. 존 포드는 <리버티 밸런스>를 통해 민주주의의 순수한 가치를 드높이지만,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오래된 격언의 힘 역시 잊지 않는다.
이야기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 되는 사건일 리버티 밸런스와 랜스의 결투 장면에서, (영화의 제목만 봐도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한 장면임은 자명함에도) 영화는 액션보다 리액션에 집중하며 사건보다 사건 이후의 파장에 집중한다.
리버티가 죽자 이상하게 톰은 날뛴다. 술집에서 과한 난동을 부리고 집에 불을 지르기에 이른다. 그와 함께 서부를 대표했기에, 비록 적대하는 사이였음에도 이제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직감한 데에서 온 쓸쓸한 회한이었으리라. 영웅은 악당이 있기에 빛난다. 악당이 사라진 시대의 영웅들은 잊혀지게 될 뿐이다. '힘의 논리'를 대표하던 자신의 필요성이 '법의 논리'를 대표하던 랜스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분명 리버티를 사살한 인물은 톰이다. 허나 톰의 시대는 저물었고, 세상은 어느새 총보다 말의 힘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리버티를 쏜 것은 톰이지만, 톰을 죽인 것은 랜스인 것이다. 리버티 밸런스를 쏴 서부에 평화를 가져온 사나이는 랜스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서부에는 법치로 다스리는 정의의 시대가 도래했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서부의 시대는 이렇게 종말했다.
<역마차>는 마차의 도착으로 시작해 마차를 타고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끝난다. <리버티 밸런스>는 열차의 도착으로 시작해 열차를 타고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떠난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존 포드의 서부극의 시작과 끝이라 불리는 두 영화는 완벽한 수미상관의 구조를 가진다. 이 영화로부터 23년 전, 서부극의 부흥을 이끌며 스스로의 왕국을 건설한 존 포드는 자신의 영원한 벗인 존 웨인과 함께 이 영화를 통해 그 왕국의 종말을 고했다.
제임스 스튜어트 특유의 외유내강한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완벽하게 부합했으며 존 웨인의 모습은 영화의 맛을 더했다. 리 마빈이 분한 리버티 밸런스는 존 포드의 영화 역사상 가장 생동감 있는 빌런이었을 것이며 아직 그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기 전인 리 반 클리프의 모습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