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이 무대인 서부극, 한 마디의 말도 하지 못하는 벙어리 주인공 '사일런스'. 일반적이지 않은 서부극이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정말 너무나도 충격적인 영화의 엔딩 역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부극의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수정주의 서부극이라 불리는 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들 간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현상금이 걸린 무법자들이지만 소동을 즐기지 않는 자들과, 법의 힘을 등에 업고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폭력'을 자행하는 현상금 사냥꾼들의 대립. 적법한 절차를 운운하며 시체를 항상 먼저 보여주고 돈을 받는 등 겉으로는 정의의 사도인 척 행세하지만, 티그레로 일당의 학살은 쉽게 그들을 정의로운 일행이라 여기지 못하게 한다.
이 영화만의 음습하고 음침하고 오싹한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시기는 오히려 나중이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같이, 고원 안에 갇힌 지옥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영화의 공간, 지독하게 광활한 설원을 가득 담아내는 익스트림 롱숏들, 티그레로를 연기한 클라우스 킨스키의 섬뜩한 그 눈빛까지. 유혈이 낭자한 '잔인함의 서부극'은 많지만 이 영화같이 음침하고 오싹한 분위기의 서부극은 본 적이 없다. 특히 티그레로라는 인물은 서부극 사상 최악의 빌런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치가 떨리게 하는 악성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서부극의 혼과 같은, 복수의 모티브는 이 영화를 작동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장물아비 폴리컷은 과거 주인공의 가족을 몰살시킨 3인의 총잡이 중 한 명이었고, 세월이 흐른 뒤 주인공은 폴리컷의 손가락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주인공은 남편의 복수를 해 달라는 여인의 청을 받고 티그레로를 죽이려 하며, 티그레로 역시 아군을 몰살한 주인공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복수극의 어떠한 골조를 이 영화는 처참히 배반한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오싹한 느낌마저 주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 사일런스의 서사를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말미에 이르러 영화가 보여준 지옥도를 비단 한 영화의 에피소드로만 남게 두지 않고 분명한 실화임을 언급하여 모두에게 고발하는 대담함까지,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 8>이 이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