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 유보트>는 놀라울 정도로 '이데올로기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전쟁 영화다. 연합군이 아닌 독일군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선 선전물로서의 그 어떤 특성도 발견되지 않는다. 적군은 저 멀리 함대의 실루엣으로, 또는 공격당한 함대를 탈출하는 패잔병들의 모습으로만 담겨져 있으며, 많은 전쟁영화에서 기능적으로 등장하는 '공격하는 적군'을 이 영화는 사용하지 않는다. 적이 나를 언제 공격할지 그저 하염없이 숨죽여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들. <특전 유보트>는 전쟁 영화라기보단 재난 영화에 가깝다.
좁디좁은 잠수함의 내부를 종으로 주파하는 선원들의 모습은 마치 참호 속을 뛰어다니는 육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심지어 <특전 유보트>의 공간은 육지와 단절된 바다, 그것도 심해 속이라는 점에서 프레임의 폐쇄성은 배가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정적은 지루함이기보단 지긋지긋함이다. 정적이 깨질 때의 급박함은 아슬아슬해보이기까지 한다. 채 마무리도 하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는 선원의 모습이라거나, 광기에 사로잡힌 기관실의 요한의 모습 등. 침묵과 광기가 앞다투어 점멸하는 208분은 그래서 지루할 수가 없다.
기어이 살아 돌아온 주인공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단순간에 판을 뒤집어버린다. 작정을 한 듯 그 마지막 씬을 지금껏 보여주었던 순간 중 가장 장대한 스케일로 담아내는 모습. 전쟁에서의 생과 사는 지극히 우연과 찰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