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The Sacrifice

1986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 스웨덴
🏆 칸 심사위원대상
희생 포스터
149분 · 드라마 · 15세 이상 · 출연 Erland Josephson, Susan Fleetwood, Allan Edwall, Guðrún Gísladóttir · 촬영 Sven Nyk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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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남부 발트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생일을 맞이한 작가 알렉산더는 실어증에 걸린 아들과 함께 죽은 나무에 물을 주며 현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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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믿음엔 숭고한 희생이 따른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거울>을 기준으로 대칭적으로 나뉘는 듯 하다. <거울> 양 옆으로 SF(의 형식을 띤)영화인 <솔라리스>와 <잠입자>가 있고 <솔라리스>의 앞 두 편은 아직 타르코프스키의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아 비교적 빠른 전개와 역동적인 컷 전환이 돋보이는 분명한 초기작으로 묶이고 <잠입자> 이후의 두 편은 외국에서 영화를 만들었으며 주제적으로 유사한 테마를 풍기는 타르코프스키의 후기작으로 묶인다.

뭐라 자세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 영화는 전작인 <노스탤지어>와 2부작처럼 보인다. 타르코프스키(이하 탈콥)의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이 두 영화는 특히 구원이라는 주제에 대해 꽤나 전투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했다.

고센이 쓰러져 코에서 피를 흘리는 순간, 영화는 폐허의 도시를 흑백으로 보여준다. 다가올 미래의 위협에 대한 섬뜩한 암시, 그 순간 느끼게 된다.

영화의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우편 배달부는 진실에는 설명이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죽은 아들과 늙은 어머니의 모습이 함께 담긴 사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성으로 대표되는 의사는 의구심을 갖는다.

"우리는 장님이나 마찬가지에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배달부는 이 말을 끝으로 갑자기 쓰러진다.

진실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여담으로 이 장면 뒤 실외 풍경을 천천히 패닝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며 집의 모든 통신이 끊기는데, 정작 주인공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말한다.

주인공의 아내는 현실을 원망하나, 이내 초연해진다.

영화 초반, 여러 학문을 탐구한 알렉산더는 무신론자처럼 보여진다. 인류는 절대적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진리를 이야기하는 우편 배달부와 다른 생각인 듯 보인다.

이런 알렉산더는 세계의 위기가 닥친 이후 홀로, 진정으로 신께 기도한다. 구원을 바라며 희생의 다짐을 한다. 그는 두려움을 고백한다.

성경에서의 모티브를 자주 드러내는 탈콥이기에 굳이 엮어보자면, 노령에 얻은 자식이지만 신을 향해 자식을 바칠 수 있다는 희생의 자세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관계처럼 보인다.

알렉산더가 마리아의 집으로 찾아가 들려주는 잡초를 베는 이야기는, 영화와 별개로 따로 떼어 놔도 여러 번 곱씹게 된다.

이야기를 인류로 확대시키고 싶다. 인류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향해 세상을 '청소'했지만 이는 신이 보시기엔 자연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알렉산더와 마리아와 동침하는 순간에선 탈콥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했던 초현실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퍼스트 리폼드>가 맥락적으로나 장면 그자체로서나 이 영화를 많이 참고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이후 아침이 밝자, 세상은 정말로, 평화를 되찾은 듯 보인다. 주인공은 자신의 다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집을 불태운다.

롱테이크와 함께, 장면 자체가 주는 거대함의 힘은 정말 엄청나다. 탈콥의 영화를 가장 잘 보는 방법은 그냥 장면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급차가 저리도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할리우드 내러티브식'의 개연성 따지기를 나는 여기서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방식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감상의 방식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탈콥의 영화에서 흔히 말해 '명장면'이라 불리는 장면들은 그냥 그 순간의 압도적인 시간을 느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 알렉산더가 병원에 미리 연락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별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알렉산더가 병원에 전화하면서주저리주저리 떠든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가끔 탈콥은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으로 느껴져, 관객들 스스로를 반성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우리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모든 것을 비추어 보며 나의 상식을 넘어서는 순간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탈콥은 진실한 믿음의 힘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탈콥의 영화 안에서만큼은 이를 믿고 싶다.

영화 최후의 장면, 고센이 실어증을 극복하고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장면. 이 장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장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할까,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희생>은 탈콥의 유작이다. 감독의 유작을 보는 것은 항상 감정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영화 역시 유작답게 탈콥의 여느 영화보다 주제를 향하는 시선이 진중하고 침착하다.

알렉산더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구원은 탈콥이 일평생 영화를 통해 바라왔던 그것일 것이다.

탈콥은 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다.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지도
「미카엘과 루시퍼」 지도›「영화가 영화에 답하다」 지도›
사람
이 감독을 더 보고 싶어6편›
이 배우를 더 보고 싶어1명›
Erland Josephson2편›
소재
희생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15편›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있는 영화17편›
은퇴를 다룬 영화19편›
가정부가 나오는 영화22편›
신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27편›
말을 하지 않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28편›
믿음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32편›
종말을 다룬 영화가 궁금해37편›
종교를 다룬 영화가 궁금해41편›
극중 배우가 나오는 영화42편›
생일이 나오는 영화50편›
라디오가 나오는 영화74편›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가 좋았어92편›
전쟁영화를 더 보고 싶어143편›
리뷰
리뷰에서 함께 이야기한 영화9편›
음악·촬영
촬영 · Sven Nykvist7편›
수상
칸 심사위원대상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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