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영화. 작은 육각형.
로케이션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레버넌트> 같은 영화들에서 느낀 바 있다. 충무로에서도 그러한 예시가 나온 듯해 반갑다. '어쩔 수 없는 생동감'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오글거리고 감정 과잉스러운, 강 참사와 칼릴의 대치 장면은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는 류승완의 작품치곤 과할 정도로 무난하다. 전작의 실패 이후 힘과 개성을 뺀 느낌이 역력하다. 큰 단점이 없음을 장점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류승완에게서 큰 단점 없는 무난한 영화를 기대하진 않았다.
무난함에서 오는 크나큰 문제 중 하나는 씬의 공산품적 배치다. 연설 테이프와 시위 진압 상황을 함께 섞음으로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뻔하지만 어쨌든 효과적인 방식도 물론 있었지만 마치 장르 영화 속 할당량을 채우듯 일정량의 긴장감을 투입하고, 일정량의 액션을 만들고, 일정량의 갈등을 만들고, 일정량의 감동을 만들고, 독한 개성을 가지는 인물의 막판 희생, 겉만 비대한 카메라워크로 포장된 카체이싱 등. 영화의 정량적인 흐름은 감독의 네임드를 고려했을 때 갸우뚱해진다. <부당거래>의 류승완은 어디 갔는가.
'깻잎의 디테일'이라거나, 분단이라는 상황으로 인한 미묘한 애증의 관계를 극적으로 괜찮게 다룬 점은 좋다. 다만 <군함도>의 충격이 이후 류승완의 차기작까지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