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하나하나가 즐거운 일명 '노숙 시퀀스' 등 이 영화는 정말 유쾌하다. 특히 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영화의 유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 내전의 쓰디씀을 이야기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어 퍼펙트 데이>는 이야기 안과 이야기 밖에서의 충돌이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소위 '빽빽하고 쿰쿰한' 행정 이야기인 반면, 시네마스코프에 담긴 그들의 공간 깎아지른 고지대는 또 심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는 끔찍한 유고 내전 안에 있지만,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음악은 경쾌하기 그지없는 하드락이다. 서로 간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로 이 영화는 정말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해낸다.
아이러니는 이 영화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단어다. 사람을 죽인 밧줄로 죽은 사람을 들어올리게 되고, 영화 초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피가 불렀던 이들이 이야기의 후반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내리는 비는 그들의 실패를 조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 그 비는 주인공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해준다.
무엇보다 엔딩. 이 영화의 엔딩이 보여주는 아이러니하고도 유쾌한 역설을 주목하자. 우물에 빠진 시체를 구원하는 임무가 실패로 끝난 뒤 새로운 임무, 화장실이 넘쳤다는 임무를 전달받고 가는 도중, 비만 오지 않으면 된다 말하나 야속하게도 비가 내린다. 주인공들에게는 오늘은 하루종일 되는 일이 없는 날. 그러나 그 비로 인해 그들이 종일 노력했던 사건은 해결된다. 우물이 넘쳐 시체가 자연히 지상으로 올라온 것. 세상엔 그런 것들이 많은 거 같다. 내가 전심을 다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았던 일이 어느 순간에는 우연스럽게도 손쉽게 해결될 수 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