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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들리 스콧은 본작에서 나폴레옹의 위엄을 짓밟는다. 그의 거대한 업적이 이루어지는 중에도 리들리 스콧의 관심은 나폴레옹의 '허술함'과 '어설픔'이다. 나폴레옹은 이 영화에서 내내 피곤해 보이고, 그의 업적이 때론 단지 요행일 뿐으로 비춰질 만큼 무능력하게 그려진다. <나폴레옹>은 전기의 플롯이 아니라 전락의 플롯이다. <나폴레옹>의 플롯은 "어떻게 제왕이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련의 사건들 중 스스로 무너지는가"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폴레옹의 몰락'에 화룡정점을 찍는 워털루 전투에 영화는 상당한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엔딩에는 그가 죽인 아군의 수를 나열한다. 리들리 스콧은 나폴레옹의 신화를 붕괴시킨다. 그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들이 거슬릴 정도다.
비주얼은 멋지지만, 삐딱하게 보자면 늘 보던 것들이었다. 드문드문 <배리 린든>을 떠올릴 정도로 환상적인 조명의 사용으로 인한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잠깐일 뿐이다. 고어한 연출이 눈을 사로잡을 때가 있지만 효과를 위한 효과일 뿐이다. 다만 거의 처음으로 나폴레옹의 지략을 보여주는 아우스터니츠 전투는 정말 멋졌다. 전략, 기술, 공간 등 리들리 스콧이 '모먼트 만들기'의 대가임을 느꼈던 부분.
<나폴레옹>은 결과적으로 두 주인공의 심리극이 주요 골자인 영화인데 쓸데없이 비대한 전쟁씬들은 이와 섞이지를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 영화는 <나폴레옹과 조세핀>, <정복자 나폴레옹>이라는 두 편으로 나눴어야 한다. 보다 메인 골자에 가까운 두 주인공의 심리극도 비대한 전쟁씬들의 영향으로 인해 흐릿해진다. 2시간 반 동안 애정결핍 환자의 주저리를 듣게 하는, 영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1억 3000만 달러짜리 프랑스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