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점을 치는 클레오의 모습을 컬러로 보여준 뒤, 결과를 듣고 나서부터의 모습은 흑백 화면으로 처리된다. 말하자면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의 시간은 흑백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클레오는 '글래머러스'한 아우라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연예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했고,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익숙해 했다. 그녀의 시종들을 그녀를 떠받들기 바빴고 그녀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 여겼다. 그녀에게 이제껏 세상은 참 쉬운 놀이터였을 것이다.
허나 동시에 클레오의 모습은 늘 무언가에 비춰진 모습들이었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 속의 모습이었고, 가게에 전시된 토템의 시선이었고, 거울 속의 모습이었다. 클레오는 단 한번도 자신을 스스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내적으론 미성숙한 미성년이었으며 투정과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였다.
그러나 죽음의 두려움이 그녀를 잠식하고, 그렇게 가발과 치장을 걷어내고 정처 없이 세상으로 뛰어나온 클레오는 드디어 스스로 세상을 대면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자신의 맨눈으로 세상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자신의 의지대로 걷고 행한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는 세상의 밑바닥을 박차고 올라가는 성장의 영화이자 개인의 혁명과 진화를 다룬 이야기다.
기어이, "이젠 겁나지 않아요, 나 행복한 거 같아요."란 말을 하게 만드는, 아마도 영화가 선사해줄 수 있는 최상의 해방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