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레네의 눈에서 시작된다. 레네의 눈에 비친 넬리는 철저히 타자의 위치에서 시작한다. <현기증>의 왕도를 이어받는 동시에, 영화는 스코티가 아닌 주디에게 집중한다. 넬리는 조니로 인해 자신의 자의식을 회복해간다. 허나 조니는, 또한 레네는 점차 외면과 내면의 자의식을 회복해가는 넬리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넬리의 재산을 필요로 했던 조니는 "넬리와 닮은 여성"을 데려온 것이기에,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는 여성이 혹여 진정 넬리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죄의식에 두려워하며 또 강하게 부정한다.
넬리를 아우슈비츠에서 데려온 레네는 유대인이다. 아우슈비츠의 비극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넬리의 모습을 목도하며, 자신에겐 지울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이 누군가에겐 진정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것인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전체적인 서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거칠게 삽입된 넬리의 자살은 그녀의 이러한 불안정한 혼란레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올해 최고의 엔딩은 <사운드 오브 메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엔딩으로 그것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말 인상적인 엔딩이었다.
페촐드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특징적인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우아한 정서가 가득한 영상미와 서사를 보여주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페촐드의 영화들을 일부러 멀리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다른 영화들이 더욱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