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

2025 · 자파르 파나히 · 이란, 프랑스
🏆 칸 황금종려상후보 · 아카데미 국제장편상
그저 사고였을 뿐 포스터
104분 · 드라마 · 스릴러 · 범죄 · 12세 이상 · 출연 Vahid Mobasseri, Mariam Afshari, Ebrahim Azizi, Hadis Pakbaten · 촬영 Amin Jaf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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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심판하는 '분노'와 '용서' 간의 카오스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들은 대단히 건조하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톤으로 이란의 사회를 비추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나 그러한 '톤'만으로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물론 이란의 현실을 영화라는 포맷에 담아 세상에 전하는 사회파 감독에 속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영화 연출에 대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연출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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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인상적인 롱테이크가 오프닝과 엔딩에 수미상관으로 있다. (공식적인 엔딩은 이야기상 에필로그에 해당할 것이니 여기에서 말하는 엔딩은 그 직전 장면이다.) 본작에서의 이 두 롱테이크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것'의 기능이다.

씬에 컷이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관객은 그 순간에서 '도피'하게 되며, 연출자는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그 시공간을 '재창조' 혹은 '조작'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말하자면 이 두 롱테이크는 본작의 가장 진실한 순간들이다. 우연이라는 인연이 어떻게 순간에 개입하는 지 오프닝으로 말하고 있고,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얼마나 가깝고도 먼 일인지, 그렇게 위태롭게 밝혀낸 진실을 가지고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엔딩으로 말하고 있다. 특히나 엔딩은, 아마도 올해 가장 인상적인 엔딩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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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원수였던 자를 우연히 만난 주인공이 그를 납치해, 자신처럼 그를 원수로 삼았던 자들과 함께 그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에 대해 갈등하는 로드 무비. 관객은 이야기에서 두 가지의 고뇌를 제시받는다. 첫째로, 저 절름발이가 진정 주인공 일행에게 과거 고문을 가했던 '에크발'인가? 둘째로, 그가 진정 에크발이라고 가정한다면 저 존재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맞는 판단일까? 자파르 파나히는 이 두 고뇌를 등장인물들과 관객 모두에게 지운다.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뿜으며 그를 단번에 에크발이라 확신하는 하마르의 장면을 본다면 그가 에크발이라는 것에 거의 의심을 가지기 어렵지만, 내내 정말 억울하다며 항변하는 그의 행동이나 너무나도 평범하고 선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가족들을 볼 때면 심정적으론 우리와 그들이 정말로 오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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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발이란 인물은 과거 시위에 임했다가 체포된 노동자들을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그의 잔인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를 '천벌을 받을 놈'이라 칭하는데 아마 등장인물들과 관객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극중 인물 시바가 하마드에게 말한 것을 떠올려야 한다. "넌 명령에 따른 하수인과 체제를 혼돈하고 있어." 라고. 우리가 품은 분노는 어느 한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형인 체제에 대한 것일까? 더 보편적으로는,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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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그 '납치된 자'의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주인공 일행은 그녀를 도와준다. 연좌의 논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엔 점차 관객과 인물들이 동의하게 된다. '그가 에크발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상식과 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안심하던 그때, 우리 모두의 그 회복을 일거에 무너뜨릴 법한 순간을 맞는다.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그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던 남은 2인 바히드와 시바. 여전히 침착하게 자신이 당신들이 찾던 자가 아니라 부정하던 그는, 그들의 분노가 길어지자 자백을 한다. 내가 그 에크발이라고. 다만 여전히 담대한 태도로 '그들이 듣고 싶었던 말'을 하기에 여전히 의심을 하게 된다. 다시금 우리는 그가 진정 에크발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이 생긴다.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던 시바마저도 비폭력을 포기한다. 분노를 초월한 분노 앞에 그가 이번엔 진정으로 고백한다. 자신도 먹고 살기 위해 한 일이라고. 너희가 자백을 거부할 때 난 수치심을 느꼈다고. 자파르 파나히는 말한다. 분노는 얼마나 인간의 눈을 가리우는가, 또 분노라는 이름의 악마는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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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날 그를 용서하고 떠난 하마드의 뒤편으로 익숙한 박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목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한 에크발. 진정 그가 온 것인가? 아니면 아직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하마드의 환청인 것인가? 공포에 휩쌓여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하마드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러나 그 공간의 소리는 그대로, 영화는 끝을 알린다. 용서란 무엇일까? 진정한 용서란 가능한 것일까? 라는 것이, 감히 쉽게 판단할 일이 아리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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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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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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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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