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적 리듬과 함께, 스토리텔링은 이미지에 기댄다. 내러티브엔 관심 없는 듯한 이미지들. 시퀀스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충돌과 균열과 붕괴를 맞은 내러티브 뒤엔 이미지의 운동성만이 남는다. 허나 어떤 물체의 운동성이 아닌 육체의 운동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클레르 드니는 서사를 연소시킨 영화가 어떻게 버텨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여타의 영화보다 많은 것을 본 듯 하지만 적어내릴 텍스트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비주얼적으로 이 영화는 특별하다. 인간의 육체를 다룬 영화들 중 이리도 훌륭한 모습의 완성품은 스티븐 맥퀸의 작품들 이외엔 보지 못했다. 클레르 드니는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에덴동산을 완성했다 느꼈을 것이다. 그 왕국에서 완벽히 뛰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인 드니 라방의 퍼포먼스 역시 잊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개루'가 자신의 지난 과거를 추억하는 방식에 있어 클레르 드니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심리를 따라가며 추억하는 과거로서, 사건들이 시간 순으로 진행된 것인지, 그가 기억하는 누군가의 특징은 과연 사실인 것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개루'가 과거를 떠올리며 느끼는 알싸한 그리움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