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상영관의 거대한 스크린에 비해 현저히 작은 노트북의 화면으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었고, 그 방법론과 주제를 전달받긴 하였으나 압도적인 체험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이는 분명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유에서리라 생각하고 재개봉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기에 이번 3D IMAX 재개봉을 그것도 용산에서 본 것은 크나큰 행복이었다.
2년만에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영화의 공포감이 상당하는 것이었다. 무한한 망망대해에서 기댈 줄 하나 없이 표류하는 순간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관객에게 체험시키게끔 하는 롱테이크의 방법론은 오늘 내가 경험한 3D+IMAX에 더해 빛났다. 어떠한 공포, 스릴러 영화보다 이 영화에서의 '두려움'이 더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무엇보다 <그래비티>는 거대한 공간과 수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블록버스터임에도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루는 성장 영화의 포맷을 가져간다는 데 있어 그 의의와 가치가 있겠다. 시끄러운 것이 싫어 고요한 우주로 나온 그녀는 노이즈에 불과한 지구의 전파에 의존하게 되고, 실전에서 늘 긴장하며 약한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최고의 용기를 발휘한다. 무중력의 우주에서 방황하듯 헤엄치던 그녀는 끝내 지구의 무거운 중력을 온전히 체감하며 기뻐한다.
산드라 블록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공간과 복장의 특성상 몸으로 하는 액션 연기를 펼치는데 제약이 있었고 헬멧의 존재로 인해 관객과 산드라 블록 사이엔 하나의 벽이 더 있었지만 그녀가 느낀 공포와 환희 등의 무한한 감정을 우리가 공감하는 데는 어떠한 장벽도 없었다.
우주를 다룬 그 어떤 영화보다 단언컨대 위대한 체험을 선사했고, 가장 큰 무대를 통해 가장 작은 주제를 관철시킨다. 20세기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있었다면 21세기는 이 영화 <그래비티>가 있었다고, 아직 30년도 채 되지 않은 21세기지만 그렇게 단언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