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을 넘나들며 공간을 조망하는 연출력은 인상적이다. CG가 만들어낼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을 담아내는 감독 의 '맬릭스러움'이 마음에 든다. 지금껏 마블의 영화들이 화려한 CG를 내세우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려 했지만 컴퓨터 그래픽 특유의 인공적인 질감과 물 빠진 듯한 색감은 그들의 영화가 뻔한 공산품이라는 비판을 늘 들을 수 밖에 없었던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터널스>는 그러한 면에서 마블의 역대 영화 중 가장 볼만한 영상미를 선보이지 않았나 평가하고 싶다.
이제껏 마블의 한 영화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이렇듯 여럿 등장한 적은 많지 않았다. 모두에게 각자 개성을 부여하고 서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던져진 최우선적인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터널스>는 마블의 여타 영화들이 자신있게 보여주었던 '눈요기'를 생산하는 것은 차순으로 미루고, 고뇌와 갈등 등 각각의 드라마를 엮어내는 것을 앞서 선택했다. 한 편의 영화로 소비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터널스>의 거대한 세계관 그 초석을 다지는 데 있어 클로이 자오는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시 아쉬운 것은 긴 러닝타임에 비해 오락적이고 직관적인 재미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15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호흡 또한 길다 보니 지루함을 느낀 관객들이 많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같은 날에 본 <듄>에 비해) 컴팩트한 서사가 쌓여있지도 않고 텍스트로 드러내기 힘든 '인물의 고뇌'들이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지리함을 느끼기 다분했다고 생각된다. 많지 않은 액션 장면 또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아쉬웠다. 영화 전체적으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떠올리게 되는데 해당 작품이 보여준 대규모 내전 시퀀스같은 '볼만한 액션'들 역시 이 영화에선 인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클로이 자오의 전작 <노매드랜드>를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 영화를 꽤나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 무척 아쉽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인해 영화 자체의 매력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