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영화는 퀴어의 소재를 가진 영화인가? 그렇다.
그럼 이 영화는 퀴어영화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우선 이 영화는 '퀴어영화'라는 장르 안에서만 평가하기엔 보다 많은 것을 가진 영화이며, 또한 여타의 퀴어영화가 가진 포맷을 공유하는 지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번 느끼지만 <화양연화>가 생각나는 영화다. 좁은 공간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동시에 느릿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의 이미지로 인물들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부분에서, 둘은 굉장히 닮았다.
이렇듯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론은 비슷하지만 그 형태는 사뭇 다른데, <화양연화>는 쌓아올리는 텐션을 폭발시키지 않고 끝까지 꾹꾹 누른다면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여러 번 내뿜으며 폭발시키는 형태를 보여준다. 뼈대는 비슷하지만 그 내용이 정반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화양연화>는 영화 전체에서 우아함이 절륜하게 묻어나는데 <춘광사설>은 정반대인, 거칠고 습한 밑바닥을 보여주기에 그 능력을 발산한다.
여전히 나에게 왕가위의 최고작은 <화양연화>이다. 그러나 지금에도 이후에도, 이 영화는 화양연화의 바로 옆자리에 자리할 수 있을 만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2021.2.6 2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