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하얀 장미가 박힌 채 쓰러져 있던 남성은 십자가에 묶인 채 아이들에게 희롱당하다 깨어난다. 세상은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이 점거했으며 폭력과 시신이 전시되는 곳이다. 또한 세상은 예수의 고난을 기념품 판매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형을 거리에서 팔고 주인들은 로마 군인의 갑옷을 입은 상태로 호객을 하니 말이다.
탑을 올라가는 주인공은 황금을 원하고 있다. 아득하게 높은 바벨탑의 안은 반원 모양과 무지갯빛 색감이 칠해진 신비스런 공간이다. 그곳엔 문신이 가득한 나체의 여성, 쌍봉낙타, 그리고 하얀 복장의 남성 연금술사가 있다. "금을 원합니까?"라는 질문에 "네 원합니다." 라는 대답. 그가 원하는 대로 그의 똥을 금을 만들어준 뒤 연금술사는 주인공에게 "당신은 똥이지만 금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지식을 전수한다. 이 바벨탑 안에서의 모든 씬 모든 숏은 전위적인 미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매혹적이며 강렬하다.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동료가 필요하다 말하는 연금술사는 각 행성에 있는 '도둑들'을 소개해준다. "사람은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으로써 사랑받기 원한다." 라며 고객의 취향에 맞게 가면과 보형물을 만들어 주며 호색한인 금성의 Fon, 기타와 목걸이와 촛대로도 무기를 만드는 화성의 이슬라, 성적 미술품을 생산해내는 목성의 클랜, 정부와 협력해 아이들을 전쟁에 친숙해지도록 선동하는 토성의 셀, 경제 회생을 위해 대통령에게 4백만의 학살을 제안하는 천왕성의 Derg, 소년들을 거세시키고 진압군으로 키워내는 해왕성의 Axon, 주민들을 쉘터 또는 관짝으로 이주시키려는 명왕성의 건축가 루트까지.
도둑들은 불멸을 획득하기 위해 모두 바벨탑에 모인다. 굳은 다짐의 표현으로 돈을 태우고 '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자아상을 태운다. 지도자와 주인공이 더해진 일행은 홀리 마운틴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자연과 동화되고 몸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훈련하며 도착한 로터스 섬. 이곳엔 일행과 같은 목적으로 이들 이전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판테온 술집'에서 취해 있다.
이들과 같은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 한 발 한 발 죽음의 환영을 견디고 당도한 곳에서 지도자는 주인공에게 세상을 바꾸라며 이곳을 떠나라 말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도둑들을 앉혀두고 말한다. 우리는 불멸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실재를 획득했다며, 허나 이 삶은 실재가 아니라 영화라며, 카메라에 대고 말한다. "줌 백, 카메라."
카메라는 뒤로 물러나며 이들을 찍고 있는 영화 스탭들을 담는다. 이것이 영화임을 거칠게 상기시키는 소격 효과. 지도자는 말한다. "우리들은 이미지요, 꿈이요, 사진입니다. 여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죄수들이여! 우린 이 환상을 깨버릴 겁니다. 이건 환영이에요!"
단상을 엎고 감독은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종교의 '현학'에 목매여 눈을 가린 채 홀리 마운틴을 마주하길 기대했을 관객들에게, 끝이 없는 욕심에 은밀히 매혹되어 도둑들처럼 이들의 여정에 동행했을 관객들에게, 해답은 종교의 권위와 지식 또는 환상과 영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다고. "굿바이 홀리 마운틴, 실제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우리를 건져내는 조도로프스키다.
나 역시도 어딘가의 홀리 마운틴을 찾으며 현학과 권위에 이끌려 무한한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