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와 남자들>은 가장 낙천적인 영화 중 한 편이었다. 되돌아보면 오프닝부터 그러했다. 우아하게 피아노 합주를 하는 듯 보이지만 이내 바깥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방해를 받는 연주가 있었다. 주인공 엘레나에게 추근대는 에일로이즈를 능청스레 방해하는 듯한 연출이 재밌었다. 부호 마르탱과 결혼하려는 엘레나, 새엄마가 될 엘레나에게도 키스하는 마르탱의 아들이자 바람둥이 유진, 구국의 영웅 롤랑, 롤랑의 측근이자 엘레나와 사랑에 빠진 앙리 등 여러 개성적인 인물들의 각축전이 눈에 띈다. 공간에서의 대난장은 <게임의 규칙>을 연상케 했다.
흔한 열기구를 '감시용 풍선'으로 착각한 사고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 간 전운이 감도는 2차대전 즈음의 시점이 배경이다. 여기에 로맨스와 첩보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의 존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모양새인 <오명>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엘레나와 남자들>은 카메라에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집어넣기 싫어하는 듯했다. 심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영화에는 '전운이 감도는 상황'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굉장히 특이한 씬이 있었는데, 축제 도중 앙리와 어떤 남자가 시비가 붙어 결국 결투를 예정하기까지 했는데, 다음 숏은 뜬금없게도 결투가 벌어진 '이후' 치료를 하고 악수를 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이 에피소드의 가장 하이라이트일 결투 장면을 대놓고 스킵한 것이었다. 굉장히 뜬금없지만 이 장면이 본작의 방향성을 의미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렌치 캉캉>보단 쫀쫀함이 부족하고 <게임의 규칙>보단 치밀함이 부족했다. <프렌치 캉캉>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진 못했으며, <게임의 규칙>이 가지고 있던 '유머 속의 비장함'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소동은 다소 지치고, 노래와 춤은 너무 많이 나와 약간 나이브한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한 면에서 과하게 낭만적인 면이 있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라는 배우의 힘에 비교적 많이 기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