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대단한 영화라고 우선 말하고 싶다. 인물과 공간을 모두 힘있게 다루는 구도,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를 보여주는 색감과 의상, 장작과 파도가 들려주는 밀도있는 사운드. 영화 속에 산재한 메타포를 파악하기 이전 단순히 눈과 귀로 느껴지는 것들만 하더라도 풍족한 영화라고 하고 싶다.
관객을 향한 설득에 있어, 구구절절한 텍스트와 내러티브로 설명하지 않고 매력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를 끌어낸 점은 칭찬하고 싶다. 텍스트는 보편성을 위한 과정에서 그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이너리티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설득의 과정을 텍스트나 내러티브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와 사운드로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보기 좋은 것, 보고 싶어하는 것들만을 시종 프레임 안에 계획해 보여주는 것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춘광사설>과 <벨벳 골드마인>을 좋아하는 편인데, 위 영화들을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휘몰아친 감정은 분명 아름다움이란 감상이었지만 위 영화들은 그 설득에 과정에서 내내 '매끈하게 보기 좋은 것'을 나열하지 않았고 인물들의 명과 암, '성과 속'을 균형있게 다루었기에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사실상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보이는 '낙태 시퀀스'에선 감독의 정치적인 스탠스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교조적인 시선으로 설파되었다고 생각해 거부감이 들었다. 모든 영화든 흔히 말해 '가르치려는' 식의 태도를 가진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특히나 정치적인 시선에 있어, 아니 그 시선을 우리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에 있어 유려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