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야 할 것 같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애스터로이드 시티>까지. 갈수록 평단의 극찬을 받은 웨스 앤더슨의 근작들이지만, 나는 한편 큰 우려가 있었다. 점점 그의 영화가 형식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예술적 야심이 점점 거대해져 가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웨스 앤더슨을 점점 형식주의에 매몰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프렌치 디스패치>, <애스터로이드 시티> 모두 좋았지만, 그 작품들 각각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웨스 앤더슨 필모의 일련의 과정을 팔로잉하며 일종의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다.
<페니키안 스킴>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최근 보여준 변화의 흐름에 잠시 제동을 건 듯, 그의 근작 장편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최근 장편보다는 초기작에 더 가까우며, 더 나아가 초기작들보다는 <헨리 슈거> 같은 최근 단편들과 오히려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상당히 장르영화스러운 장면들이 존재한다. 능청스러운 신체 훼손 장면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을 보는 것만 같고, 기장이 비행기 밖으로 던져지고 비행기가 비상착륙하는 일련의 과정은 웨스 앤더슨 최초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부호>와 비슷한 어드벤처로 회귀한 본작은 그로 인해 다소 '이야기적'으로 흘러간 각본 탓에 역설적이게도 웨스 앤더슨의 정수를 담아내지 못했다. 웨스 앤더슨의 정수는 이야기보다 정서였다. 하지만 본작은 이야기의 볼륨이 높은 탓에 웨스 앤더슨 특유의 '정서'가 가려진다.
우리의 여정이 재밌겠지 않겠냐고, 관객에게 설득시키기도 전에 자신의 얘기를 쏟아내는 '외향적 찐따' 같은 웨스 앤더슨의 모습이 생경하다. 그의 점점 커져가는 야심을 보면서 우려스러움이 있었지만 본작을 보니 배부른 푸념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힘을 빼라는 소리는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