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오프닝이라 꼽아도 됐을 것이다. 본작 역시 오프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침묵 속에서 시작하는 이 오프닝은, '전작'이라는 전사가 있기에 굳이 편집을 섞어가며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듯한 인물들 주변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갑작스러운 좀비들의 습격으로 연인과 아이, 심지어 노부부까지 예외 없이 좀비에게 당한 채 순식간에 주인공 한 명만을 남겨놓는 영화의 각본이 인상적이다.
각본이 인상적이라는 점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죄책감을 가진 채, 사실상 홀로 살아남은 인간이 다시금 유행하는 감염의 매개체가 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더욱이 자신이 버리고 나온 아내에 의해 감염된다는 전개는 아이러니하면서도 강렬한 정서를 남긴다.
종의 질주와 횡의 질주가 겹칠 때의 충돌감은 엄청나다. 시기적으론 본작 이후지만 <1917>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이와 비슷한 예시로 들 수 있겠다. 마치 옆구리를 치듯 옆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이 주는 충격은, 공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꽤나 탁월한 방법이다.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는 역시 다양한 군상들을 지켜보는 흥미다. '인류'를 위해 아이를 지키는 의사 스칼릿, 개인의 '양심'을 위해 아이를 지키는 군인 도일, 그리고 아버지가 감염된 좀비로 나타난 것을 목격한 자식들. 이들 각자의 태도와 선택은 단순한 생존 서사를 넘어선 감정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워낙 독특한 설정이기에, 그 설정의 구멍들이 보이더라도 결국 그건 '텅 빈 공간' 같은 시각적 소재만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이 장르 아래서라면 얼마든지 용인 가능하다. 중요한 건 결국 ‘효과’이니까.
수위 높은 잔인한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단순히 자극에 그치지 않고 영화 전체의 인상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순간들이기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