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바닥을 쓰는 소리에 깬 남성. 새벽이라 하기에도 이른 시간 일어난 그는 매일의 루틴과도 같은 준비를 마치고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난 태양을 맞이하며 출근을 한다. 잠깐의 쉬는 시간엔 품에 가지고 있던 필름 카메라로 나무에 가려진 햇빛을 담아내고 땅에서 자라고 있던 작은 분재를 채집한다. 오후 일을 끝내고 목욕탕에 들러 샤워를 하고, 단골 식당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와 집에서 독서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친다. 지구 반대편의 <패터슨>.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화장실을 청소하는 직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히라야먀의 일상을 이야기로 하는 영화다. <퍼펙트 데이즈>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퍼펙트 데이즈>는 사회적 약자가 소재일지언정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배려심이 없는 몇 명의 인물들 때문에 불편을 겪는 모습이 비춰지긴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가지고 시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등의 주제로 확장하진 않는다. 이처럼 <퍼펙트 데이즈>는 주인공의 삶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그의 삶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보이는 삶인 것도 맞다. 그렇다면 <퍼펙트 데이즈>는 그저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안분지족하는 인물의 일상만을 다룬 이야기인가?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그저 그런 영화인가?
히라야마의 그 일상을 뒤흔드는 변곡점이 존재한다. 조카 '니코'의 등장, 그리고 니코의 엄마이자 히라야마의 여동생의 등장.조금의 차이가 있었지만 총체적인 루틴은 동일하게 흘러가던 히라야마의 이전 날들과는 달리 이 시점부터는 그의 일상이 위협받는 순간이 보다 명확하게 찾아온다. 계획에 없던 조카의 방문으로 인해 골방에서 자야 하고, 분재에 물을 주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조카가 찾아온 첫날 그는 목욕탕과 식당에 갔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둘째날 역시 그는 식당에 방문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여동생이 찾아온 다음 날 동료였던 타카시는 갑작스레 일을 그만둬 한밤중이 되어서야 퇴근한 채 그대로 쓰러진다.
히라야마가 유일하게 화를 낼 때는 그의 루틴과 그의 세계가 흔들릴 때다. 그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여동생의 모습에서 유추해 볼 때 제법 부유한 집안이었을 과거를 두고) 소박한 삶을 일부러 선택했다.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하루를 생각하고, 그것만을 반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종의 별세계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 별세계는 자주 흔들린다. 매일매일의 인생은 그의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못한다. 하루하루의 '별 일'이 때로는 즐겁다. '아야'의 뽀뽀, 니코와의 즐거운 시간. 때로는 '별 일'이 피곤하다. 테이프를 가져가려는 막무가내 타카시, 여동생의 방문으로 떠올리게 되는 잊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내가 완벽하게 계획한 하루를 보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일상에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언제나 일어난다. 그러나 일상의 그 '변종'들을 필연적으로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엔딩의 히라야마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야쿠쇼 코지여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