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는 좋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필모그래피를 놓고 순위를 매긴다면 높은 순위를 주고 싶지는 않은 영화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적 했던 기대보단 분명 아쉬웠지만 고레에다의 영화에 익숙하다면, 고레에다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해본다.
<브로커>는 매력적인 영화다. 마치 감독의 전작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정신과 <어느 가족>의 육체가 합쳐진 듯한 영화다. 베이비박스로 인해 생겨나는 사건에서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루며, 낙태라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접근도 경시하지 않는다. 저마다 슬픔이 있음을, 저마다 죄가 있음을, 부차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강조한다.
다만 플롯과 맞지 않는 화법이 문제다. 일례로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에선 한 개의 가지에 수많은 잎들이 달려 있는 것 같이, 하나의 큰 이야기 맥락 속에서 인물들의 사정과 캐릭터성을 붙여 나갔었다. 반면 <브로커>는 말하자면 저마다 다른 가지에 잎들을 붙이는 느낌이다. 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다 보니 다소 뜬금없게도, 다소 억지스럽게도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주제의식 자체만으로만 놓고 보면 좋으나, '고레에다 답지 않게' 다소 교조적이고 독단적인 화법이 어색하다. 주제를 관객 스스로 자연스레 숙고해 보게 되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관객이 생각할 틈도 없이 주제를 '떠먹이는' 화법이 그의 영화에선 생경하다. 번역을 거친 탓인지 대사에도 어색함과 유치함이 묻어나오는 순간들이 아쉽다.
어쨌든 주목되는 배우는 이지은이었을 테다. 영화 초반에는 주로 보여주는 분노 연기에서 붕 뜬 듯한 느낌, 긴장한 느낌이 어색했지만 (물론 이 영화의 촬영 순서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지속되면서는 주연들과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좋았다.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특히 강동원의 연기가 나에겐 깊게 다가왔다. 칸을 재패한 배우 송강호의 모습은 더 말할 것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