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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늦은 여름, 제2차 세계대전이 네 번째 해를 맞이했을 때, 히틀러의 군대는 유럽 대부분과 북 아프리카 일부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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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부재 속에서 악마도 소모되는 공간인, 전장
2차 대전을 다룬 많은 할리우드 작품들에게 느껴지는 공통점이라는 것은, 피와 살이 날아다니는 잔혹한 전장을 그리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절대적인 '오락적 스펙터클', 혹은 그곳을 성전(聖戰)이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 제일가는 이유는 할리우드라는 제작소의 특징이었겠지만, 동부전선과 비교한 서부전선의 특징이 상대적으로 그랬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2차 대전에 대해 찾아볼수록 2차대전에 대한 정의는 동부전선 혹은 독소전쟁과, 나머지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들이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처절함이나 스케일 면에서 동부 전선은 다른 지역의 전황과 궤를 완전히 달리 했다. 대중 영화가 발전한 토양이 흔히 이야기하는 '서방' 지역들이기에 2차 대전을 다룬 작품들 중 대다수는 서부 전선을 다루고 있기에 동부 전선에 대한 시각적 창작물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원한다면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이 있지만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아직 망설이게 된다.) 때문에 <에너미 앳 더 게이트>나 본작과 같은 작품들이 소중할 따름이다. 여기서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전장과 멜로를 섞어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면 본작은 철저하게 전장의 차가움만을 담은 비타협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가치가 있다.
반복하자면 <스탈린그라드>라는 작품은 독소전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곳곳을 배경으로 삼아 전쟁이 광기와 비이성이 난무하는 미친 행위라는 것을 내내 역설하고 있다. 본작에서 인류애라는 것은 낭비이자 위선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며, 이미 사망한 자나 아직 살아있는 자가 사실상 동격으로 보이는, 말하자면 그들 모두에게 죽음의 기운이 임재해 있다는 것을 관객 모두는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술했듯 비이성과 광기가 난무하는 이 전장의 첫 전투 장면을 보자.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시가지에서, 어떤 병사의 오발로 위치가 노출되고 이로 인해 난장판이 된 전장에서, 우리들의 무기가 적들의 무기보다 떨어진다며 불안을 퍼뜨리는 병사,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고 쏘는 병사, 하급자를 자극해 활로를 돌파할 총알받이로 죽게 하는 중위,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힘들기에 생각하는 것을 멈춰버렸다는 주인공 등.
본작이 특별한 점은 선과 악을 뚜렷하게 정의하지 않았다는 측면에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주인공의 독일군 진영을 선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기도 하다.) 여타의 전쟁영화에선 아군에게 할당했을 장면인, 죽어가며 어머니를 찾는 모습이 본작에선 '적군' 소련 군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상술했듯 독일군의 장교들은 주인공 일행이 속한 진영임에도 악독하게 그려질 뿐이다. 이 영화에선 선한 진영이 존재하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의 선한 인간성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지만 본작 안에서 그것들이 낭비로 느껴진다.
이 영화의 터치가 세밀한 지점이, "그들의 인간성이 낭비다"라고 이 영화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저 전장에선 "저들의 선한 의지가 낭비이자 위선으로 격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체념 섞인 시선으로 그것들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공간 자체가 상식의 논리로 작동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근래 본 인물 중 손꼽히게 치가 떨렸던 빌런 할러 대위의 존재는 제법 기능적인 인물임에도 본작 내에선 '관객의 분노를 이끌어내기 위한 스위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잘 녹아든 것이 아닐까.
다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면, 할러 대위가 죽고 난 후 찾아간 '할러의 공간' 씬은 통째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프롤로그 역시 본론의 톤과 전혀 다른 장면이었지만 그것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본론과의 대비를 위한 장치였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한참 이야기가 흘러온 이후 등장한 그 씬은 이야기적으로도 다소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이리나를 재등장시킴으로 인해 인간성의 새로운 측면을 말하고자 하는 본작의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억지스러운 기능적인' 장면이었기에 지금껏 본작이 가져온 가치인 '리얼한 전장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아쉬움을 남긴다. 엔딩의 장면 자체가 인상적이긴 하나, 마치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실외로 나왔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세 인물의 행보도 똑같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