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막론하고, 군은 미지의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5천만 인구 중 최소 2500만은 군대라는 공간에 대해 알지 못한다. 또한 남성들끼리 '군필'이라는 키워드로 교집합을 만들 수 있을지라도, 어떤 부대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사람마다 하늘과 땅 차이다. 군대라는 조직, 그 중에서도 특정 부대를 바라보는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은 완전히 정반대일 것이다. 그곳을 경험하지 않은 자는 그곳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렇듯 '군'은 '갭'의 공간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바로 그 간극을 시각화한다. 어두컴컴한 한밤중, 어느 부대에서 한 군인이 납치된 채 폭행을 당한다. 말하자면 '음지'의 영역. 그 장면에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환하게 밝은 어느 날 멋진 제식을 선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양지'의 영역. 영화는 그 극단의 양면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이 조직이 품고 있는 이중성과 내부 폭력의 구조를 암시한다.
본작은 모범생같은 연출이다. 특별히 흠 잡을 부분이 없지만, 또 특별히 대단한 부분도 없다. 연출의 강렬한 개성이 부족한 만큼,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그렇듯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연출의 방향성을, 눈부신 배우들의 모습으로 이 영화는 극복한다.
특히 잭 니콜슨의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초면인 상대들 앞에서 젠틀한 가면을 쓰지만, 자신을 계속해서 귀찮게 굴자 이내 본색을 드러내 갤러웨이에게 성희롱을 거침없이 날리고, 권위로 캐피를 깔아뭉개는 제섭의 모습은 무시무시하다. 그는 마치 <양들의 침묵> 속 안소니 홉킨스처럼 절대적인 등장 시간은 적지만, 본작의 가장 강력한 인물로 남는다. 잭 니콜슨 때문에 톰 크루즈의 연기가 애송이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탑건>의 매버릭이 본작의 캐피와 자꾸만 겹쳐 보인다. 지나치게 잘생긴 탓에 일반인 역할에는 위화감이 든다는 것도 투정에 가깝지만 아쉬운 점이다.
법정 영화, 정확히는 법정 장면의 중요 포인트를 크게 3가지로 짚고 싶다. 첫째로 배우의 자연스러운 '대사 뱉음'이다. 배우가 전문적인 용어들의 대사들을 ‘외워서’ 뱉어낸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둘째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각본. 특히 대사의 부분이 중요할 것이다. 국면이 전환될 때마다 관객이 그에 몰입할 수 있게끔 치밀하고도 설득력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듬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숏 편집. 어떤 숏을 롱테이크로 길게 이어나갈 건지, 어떤 숏들을 짧게짧게 편집할 것인지. 전자의 남용은 단조로울 것이고, 후자의 남용은 경박하며 부산스러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본작의 대사들이 참 좋다. A→B의 대답을 얻기 위해 A′→B′를 물어보는 대사들. 식당 위치가 규정집에 적혀 있지 않지만 대원들이 자연스레 그곳이 어디인지 알듯, '코드 레드'가 어딘가에 적혀 있지 않지만 그곳에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됨을 역설하는 장면, 오랜 기간 전출을 원해 왔던 산티아고가 전출 명령을 받은 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짐도 싸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정황증거'를 말하는 장면, 또 제섭이 공고한 권위를 가졌으며, 스스로의 권위를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임을 이용해 그를 옭아매는 캐피의 논리가 기막히다. "산티아고가 전출을 갈 예정이었다면, 산티아고를 지키라는 당신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왜 산티아고가 전출을 갈 만큼 위험에 빠진 것인가?" 캐피는 끝내 그를 자극해 자백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영화의 논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렇다 하여 피고인들을 완전한 무죄로 풀어놓진 않는다. 그들은 살인 혐의, 살인 모의는 무죄지만, 직무 유기는 유죄로 판결돼 (이미 이 기간 동안을 복역기간으로 인정해 추가적인 징역살이는 없지만) 불명예 제대하게 되었다. 약자인 산티아고를 보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우리의 죄라 인정하는 도슨의 말이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