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1951년, 그리고 2001년. 영화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은 모두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극중의 소설인 [댈러웨이 부인]으로 그녀들은 연결되어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을 창조할 때의 순간이 그렇다. [댈러웨이 부인]을 쓴 버지니아,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댈러웨이 부인'을 살아내는 클라리사로. 세 인물은 직관적인 모티프로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스티븐 달드리의 편집 능력은 빛을 발한다. 마치 같은 공간을 경유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듯 침대에 누운 세 주인공의 이미지를 교차하는 오프닝. 버지니아가 댈러웨이를 죽일 계획을 품자 자살을 시도하려 하는 로라의 모습이 교차되고, 버지니아와 로라가 침대에 누운 순간 시공간을 초월해 둘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텍스트로 억지로 조성한 연결고리가 아닌,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녀들의 연대 축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세 주인공을 연기한 세 배우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연기가 눈부시다. 견뎌내고 아파하고 폭발하고 도망치는 그녀들의 감정을 오롯이 발현하는 순간 순간이 놀라울 뿐이다. 세 배우의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연기가 누구인가. 나는 줄리안 무어였다.
다만 영화 전반적으로 죽음을 하나의 필연적인 안식처로 여기는 인식이 있는 것에 나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나는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라는 격언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