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볼 때마다 놀라운 점은 그는 항상 자신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인물에 그대로 투영시키면서도 때론 이를 절묘하게 비틀어가는 재기가 훌륭하고 매력적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나 <그랜 토리노>에서의 그의 모습은 분명 그의 과거 이미지들을 레퍼런스로 삼은 결과일 것이다.
일방적인 꼰대 어른을 다루면서도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이 그의 영화를 보면 흥미롭다. 보수적인 뻣뻣한 노인을 설정하며 보수적인 주제를 가치로 삼지만 이를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며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납득시킬 줄 아는 감독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그랜 토리노>보단 전반적으로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보다 유머러스하고,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리듬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치밀하지는 않지만 혹자의 말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만으로도 서사와 서정을 오롯이 끌고 가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이젠 아흔을 넘은 나이이기에 눈에 띄게 왜소해지고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이 역력하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영화에서 항상 느끼게 되는 유려한 생동감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그저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셔서 멋진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