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에는 특유의 이상한 낙관주의가 깃들어 있다. 대놓고 직관적인 희망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삶을 비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술과 음악이 있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유머가 존재한다.
안사는 냉정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억척스럽게 일한다. 홀라파는 직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불행히도 다친 것이 화근이 되어 해고를 당하고, 업무 도중 술을 마셔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들의 자리에서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전쟁터다. 라디오에선 내내 러-우 전쟁의 현황이 보도되고, 팍팍한 자신의 삶 하나 건사하기 힘든 안사는 그것을 듣기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이 땅에 어둠이 내려앉은 밤, 그들은 자의적이고도 능동적인 사랑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닳아버린 신발로 진심을 어필하는 홀라파, 주소가 적힌 종이를 잃어버렸다는 홀라파에게 귀엽게 따지는 안사. 이제까지의 그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대화를 상상이나 해볼 수 있었던가. 말도 안되게 사랑스럽다.
하룻밤 낭만이 있었다 한들 그들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도 그들만의 세계를 위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좀비 영화를 보고 나서 고다르와 브레송을 찾는 허세 가득한 두 남자의 모습 대신, 허무맹랑할지라도 상대방을 위해 핀란드가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영화 후반, 여성 듀오의 노래. 'syntynyt suruun ja puettu pettymyksin'에 나는 답도 없이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