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이전작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고 우선 느꼈다. 물론 지금까지 픽사의 이야기가 마냥 밝고 마냥 착하디착한 꽃길투성이진 않았지만서도, 이 영화는 픽사치고 꽤나 무겁기도 하면서도 진지하고 특히나 '어른들'이 더욱 공감할 만한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기술적으로,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도 놓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무한히 확장할 때의 이미지는 보면서도 여러 번 놀라움이 있었다.
영화의 초반을 보면서 소재를 처음 접했을 때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것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믿어 의심치 않는 픽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이하게 교훈을 억지로 먹여주는 이야기는 아닐까?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예술에 몰입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뻔하게 흘러가면 어떡하지?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역시나 픽사는 그리 허접하지 않았다. 의심을 품었던 나를 반성한다.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무언가 목표를 위해 미친 듯이 직진했던 적이, 또한 궁극적으로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든 성공적이지 않든 끝마쳤을 때 예상치 못했던 건조한 공허함이 밀려와 스스로에 대한 동력을 잃었던 경험이 다들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수험생 시절에 선생님께서 인생은 점선이 아니라 직선이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다. 항상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목표'에 열정을 쏟는 것은 항상 긍정할 방향이지만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볼 때 우리의 인생이 몇 번의 반짝이는 '순간'들로만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해야할 것들은 아침의 햇살과 새벽녘의 공기와 같은 당연하게 느꼈던 일상의 흘러가는 것들이라는 이야기.
픽사가 좋은 점은 항상 우리에게 교훈을 안겨주면서도, 우리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비롯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우리에게 생각을 불러낸다. 이래서, 픽사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