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은 꽤나 실험적인 영화다. 영화의 제목인, 강재의 결혼 상대인 파이란의 생사는 이야기의 초반부터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기에 우리는 이 영화가 과연 남은 러닝타임 간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산 자와 망자의 로맨스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가겠다는 것일지 절로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의 주인인 강재와 파이란의 로맨스는 이 영화의 기본적인 포맷인 교차편집으로 발현된다. 한국에 정착해 열심히 살아가려는 파이란이 흔적을 남기면 1년 후의 강재는 그녀의 그 흔적들을 추적해간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될 때 인서트되는 도로와 철도의 이미지는 그래서 강재의 여정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끝내 만날 수 없는 남녀의 운명은 안타까운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강재를 향한 파이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기막히게도 애틋한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감옥에 가야 하는 강재, 산 자와 죽은 자의 위치에서의 두 번의 만남 등 극적인 설정들이 다소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영화의 몰입을 해칠 정도까지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최민식의 빛나는 연기 중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등에서의 연기를 그의 최고 연기로 꼽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의 모습을 그의 최고 연기로 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