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종이 (삐라 혹은 뉴스)의 이미지, 모래 위에 엎드린 주인공의 앞으로 떨어지는 미사일들, 옹기종기 모여 하늘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이미지 등. 비단 같은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라기엔 표현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분명 놀란은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트렌디한 오프닝 타이틀이 지나고 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의 순간들이 시종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배경은 배경으로만 복무할 뿐이었다면, 이 영화는 프레임의 모든 부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듯 포커스 바깥에서도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맥락 없이 떨어지는 포탄, CG가 없던 시절 경이로울 정도의 대규모 엑스트라, 전쟁 영화에서 이 정도의 사실감을 경험한 적이 있던가. 더불어 발단-전개.. 등의 관습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는 이야기, 서스펜스나 카타르시스 등 오락적 쾌감을 주는 데는 일절 관심 없어 보이는 이 영화는 무엇보다 '성공의 기록'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특별하다.
다만, 비극의 정도를 부각시키려는 듯 영화 내내 끊이질 않는 막막한 순수의 로맨스가 못내 아쉽다. 매 순간이 놀라운 사실감으로 가득한 걸작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가식적으로 느껴져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