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뭔가 있는 듯이 정장을 입은 사내들의 모임을 의미심장한 카메라워크로 훑는다. 허나 대화는 계속 잡담과 음담패설의 장광설이다. 'Like a Vigin'에 대한 해석부터 팁에 대한 논쟁까지, 그야말로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관습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첫 10분을 이 영화는 고의적으로 날려버린다.
(별개로 느껴질 만한 오프닝을 제외하고) 영화의 첫 이야기는 '사건 이후' 와해되는 팀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결'의 직전을 먼저 보여주고 '기승전'을 채워가는 플롯인 것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수없이 영화의 포커스를 옮기고, 플롯을 뒤섞고, 일방향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리고 미스터 블론드는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은 채 경찰의 귀를 자른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결의처럼 느껴진다. 우리를 검열하고 앞길을 가로막는 그 모든 관습에 저항하겠다는. 메인스트림을 몰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데뷔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패기가 좋다.
결국 큰 뜻이 어그러지고 궁지에 몰린 모두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발광하고, 영화 내내 가장 허술해 보였던 '핑크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화이트'의 불쌍한 믿음은 장렬한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진한 블랙코미디면서 페이소스까지 느껴진다.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데뷔작.
2022.10.15 2번째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