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작이 공포를 주는 가장 큰 부분은 '불가항력적임'에서다. 공격이 먹히는 것 같다가도 끝끝내 패배하는 희생자들. 어떤 목표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살인이 즐거워서 행하는 듯한 살인마의 모습은 마치 천재지변과도 같은 무력감을 안겨다준다. 공격을 당하는 것 같다가도 이내 지루해졌다는 듯 총을 꺼내 상황을 종료시키는 반 클리셰적인 상황도 재미있다. 본작이 유독 광기가 넘치는 까닭은 수위도 수위지만 잔인한 순간과, 전혀 상관없는 대화 씬을 뚱하게 병치시킨다는 것이다. 아예 없거나 아니면 아주 길게 늘리는 정적의 순간도 흥미있다.
'아트'의 디자인이 절묘하다 생각이 든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입 주위가 찢어진) 잔인한 형상은 아니면서, 적당히 인간스러운 외모에 휙휙 변하는 표정의 기괴함이 불쾌함을 극단으로 선사한다. 흐물거리는 그의 리듬이 역한 공포를 주는데, 데이빗 하워드 손튼의 모션 연기는 앤디 서키스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러닝타임 내내 같은 패턴의 반복이기에 갈수록 역치가 높아지고 자극에 초연하게 되어 감흥이 덜해진다는 것이 본작의 가장 큰 핸디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