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즐겁다 못해 아플 정도의 비주얼이다. 그러나 진짜는 다른 요소였다. 총천연색 수만 가지의 색감의 과시적인 사용은 이 영화를 정작 보기 전에도 그 명성으로 인해 익히 알고 있던 바였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사운드의 신경질적이고도 과감한 활용이었다. 결국 영화는 sight & sound일 것이다. 백 퍼센트 장르 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미학적이면서도 영화 근본적인 지점에서 성취를 이뤄낸 이 영화의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예를 들어 좀비 영화가 정치 장르와 연결된다면, 대개 호러는 추리 장르와 연결된다. <서스페리아 1977>을 이끄는 동력은 추리에 있다.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수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지는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학교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순진해보이기까지 하는 제시카 하퍼의 눈빛이 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사실상 이 영화는 수지 한 명의 시선으로만 진행되는 원톱 영화인데, 영화가 그럼에도 지리멸렬함이 느껴지 않았던 까닭은 제시카 하퍼의 열정이 우리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영화의 엔딩도 도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함께했던 무대를 미련없이 불태워버리고, 앞으로 수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일말의 떡밥도 제공하지 않는다. 마치 나는 영화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듯이. 영화 전반적으로 내러티브가 촘촘하지 않고 이야기적으로 되짚어볼 가치는 없지만, 이 영화의 표현주의는 그러한 단점을 잊게 할 수 있겠다.